시인의 창

[스크랩] 메주 / 조경선

이사임당 2009. 10. 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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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 조경선

 

 

네모나거나 둥그렇지도 않은

어머니가 뭉뚱그려 매달려 있다

물러 으스러진 몸

단단히 버무려 묶인 한 쪽

푸른 곰팡이 피었는데

어머니 속 썩히던 나 아직도 들러붙어 있나

여석 잔가지 바람

어머니 몸 숭숭 뚫어 말린다

쿠리쿠리한 메주 사이로 다가간다

틀림없이 숨어 있을

어머니의 날렵한 손 찾기 위해

큰 공사 벌이던 마루판

콩 삶아 빻아 치대고

주물럭주물럭 대충 생긴 녀석들

식구처럼 쓰다듬어 옮기던 나

어느새 또 다른 어머니가 되어

오래된 최씨 집에서 메주를 띄운다

볕 좋고 물 좋아 장맛을 낼 것만은 아니다

그 메주 속에 자라는 잘 마른

어머니의 푸른 가슴 떠가기 위해

나를 나처럼 될 것을 바라던

어머니의 잘 뜬 말 찾기 위해

그렇게 메주를 거둘 작정이기에

곰팡이 쓸고 퍼렇게 잘 뜬 몸

매달린 어머니를 찾아 간다

 

 

 

 

 

 

 

 

 

출처 : 詩의 향기 / 무명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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