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

윤동주의 자화상

이사임당 2009. 11. 2. 14:17

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를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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