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풍요

[스크랩] 박영준 모범경작생

이사임당 2010. 11. 23. 21:25

 

작가소개

 

박영준(朴榮濬 1911-1976) 소설가. 호 만산(晩山). 평남 강서(江西) 출생. 1934년 연희전문 졸업, 그 해 <조선일보(朝鮮日報)> 신춘문예(新春文藝)에 단편 소설 “모범경작생(模範耕作生)”이 당선됨으로써 등단. 1946년 경향신문사 문화부장에 취임하고, 1947년 고려문화사 편집장을 거쳐 1951년 육군본부 정훈감실 문관을 역임하면서 종군작가단(從軍作家團)의 일원으로 활약. 1954년 연세대학 강사에 취임하고 1958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됨. 1965년 연세대학 교수가 되고 한국문인협회 이사로 활약하였으며, 잡지윤리위원회위원을 역임. 1974년 연세대 문리과대학장에 취임. 예술원상?자유문학상을 수상하고, 단편집으로 <목화씨 뿌릴 때>(1945), <풍설(風雪)>(1951), <방관자(傍觀者)>(1960) 등이 있고, 장편 소설로 <열풍(熱風)>(1959), <고속도로>(1969) 등이 있다.


주인공 길서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로, 성두의 여동생인 의숙과 사귀고 있다. 그는 군(郡)의 농사 강습회 요원으로 선발되어 서울로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길서를 부러워한다. 김매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의숙은 얌전이에게 길서와의 관계를 놀림 받고 얼굴이 붉어진다.

 길서가 돌아온다. 그날 밤 길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호경기가 곧 온다고 하니 부지런히 일하자고 말하며 시국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덧붙인다. 다음날 저녁 그는 서울에서 산 비누를 의숙에게 쥐어 준다. 한편, 의숙의 오라비 성두와 어머니는 빚 걱정이 태산이다.

길서는 면사무소에 들른다. 뚱뚱보 면서기는 일본 시찰단에 뽑히도록 힘써 줄 테니 한턱내라고 하며, 길서는 그러겠노라 대답한다. 면장은 호세(戶稅)를 좀더 내야겠다고 길서에게 말하며, 길서는 애매한 대답을 한다.

 병충해로 수확이 반감될 것을 예상한 마을 사람들은 수심에 가득차서, 길서에게 지주를 찾아가 감세(減稅)를 교섭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는 못들은 척한다. 마을 사람들은 길서의 논 앞에서 '모범 경작생'이라고 쓴 팻말을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길서는 시찰단으로 뽑혀 일본으로 떠나고, 동네 사람들은 지주를 찾아가 감세를 사정하나 거절당한다. 뽕나무 묘목 값은 엄청나게 비싸지고 호세도 크게 오른다. 모두가 길서의 짓이었다는 걸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를 좋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본에 다녀오는 길에 길서는 자기 논의 '모범 경작생' 팻말이 쪼개져 길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길서는 의숙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그를 못 본 체한다. 충혈된 얼굴로 뛰어든 성두를 피하여 길서는 뒷문으로 도망친다.


◈ 갈래 : 단편 소설. 사실적 농민 소설

◈ 배경 : 시간(1930년대). 공간(궁핍한 어느 농촌)

◈ 경향 : 사실주의적. 고발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갈등 : 길서와 마을 주민간의 갈등

   표면적 - 길서와 성두와의 갈등

   이면적 - 착취하는 일제와 착취당하는 농민의 갈등

◈ 의의 : 30년대 일제 농업친흥책이 갖는 허구적 성격과 농민들의 현실 자각 과정을 현실감 있게 포착한 작품

◈ 제재 : 지주와 관료의 수탈로 인해 궁핍한 농민의 삶.

◈ 주제 : 개인적 이익 때문에 일제의 수탈 정책에 이용당하는 한 젊은이의 태도 비판. 일제강점기 농촌 현실의 부조리와 가난한 농민들의 삶의 애환.

◈ 출전 : <조선일보>(1934)


◈ 발단 - 농촌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며 성두네 논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모내기에 바쁨.

◈ 전개 - 의숙과 길서는 농사 강습회 참가. 길서는 영리 추구 위해 친일 관료를 도움.

◈ 위기 - 수심에 가득찬 농민들은 길서가 지주와 친일 관료들의 협력자임을 알게 됨.

◈ 절정 - 농민들은 길서의 논에 일제가 박은 '모범 경작생'이란 팻말을 쪼갬.

◈ 결말 - 길서는 의숙을 찾아가지만 의숙은 길서를 외면하고, 충혈된 얼굴로 뛰어든 성두를 피하여 길서는 뒷문으로 도망을 친다.


◈ 길서 :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보통학교까지 나온 청년이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입신(立身)과 이익만을 위해서 관리들의 비위를 맞추는 반민족적 기회주의자. 주인공. 군(郡)을 대표하는 모범 경작생이나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인간으로 일제의 수탈 정책에 이용당하는 인물. ‘모범 경작생’이라는 칭호를 받지만, 이기심으로 인해 결국 마을 주민들로부터 배척을 당한다.

- 표면 : 순종적이고 부지런한 농군 (일제 관점에서는 모범적 인물)

- 이면 : 일제에 동조하는 이기주의자 (농민의 관점에서는 ‘반민족’)


◈ 의숙 : 성두의 여동생. 길서의 애인. 길서 때문에 고민하면서도 울음으로 일관하는 소극적 성격. 비판 의식을 갖추지 못한 전통적 여성상이다.

◈ 성두 : 길서의 친구. 농촌 청년으로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 의숙의 오빠/ 자기 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장가 밑천으로 키우던 돼지를 팔고 북간도 이주를 해야할 형편임

     성두는 소작농이며 길서를 사랑하는 의숙의 오빠이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가족들을 챙기는 인물이다. 농촌사회상의 불만을 품으면서도 길서같은 모범경작생을 부러워하며 그 것을 지향하고자 한다. 현실은 괴롭지만 그 것에 주저하지 않고 벗어나고자하는 희망을 갖고 잘 살아 보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마을의 민심을 주도하며 어느정도 리더십이 있고 의지가 있는 인물이다. 현실개척의지가 강한 인물로 작가가 원하는 농촌개혁방향의 표면적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은 농촌 생활에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으며 현실 비판 의식이 강하다. 세상이 확 바뀌기를 꿈구며 특히 가진 자들에게 불만을 많이 품고 있다. 이는 당시 농촌의 이런 성향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다. 진도애비는 평범한 성격이다. 남이 잘 되는 걸 부러워하며 막연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농촌사람들의 순박하면서 농촌의 일상적 삶의 평범한 모습을 대변해 준다. 의숙은 길서를 사랑하는 여자이다. 남자를 사랑하지만 표현이 서툰 당시 여성들의 면모를 엿보게 해 주는 인물이다. 그러나 의숙과 길서의 만나는 장면을 보면 남녀간의 서로 그리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그 근본은 불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 기억 : 길서의 친구이나 길서와는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인물

◈  얌전이 - 길서의 동생. 의숙의 친구

◈ 마을 사람들 : 처음엔 소극적이나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변화를 일으키는 인물들.

◈ 면장 : 일제의 지배에 순응하면서 농민들을 억압하고 군림하는 반동 인물이다.


193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농촌을 제재로 한 소설로,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작가 자신은 이 소설에 대하여 “모범경작생을 능가하는 작품은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범경작생은 60장이라는 극히 제한된 지면에 스토리를 압축할 대로 압축해서 쓴 작품이었다.”고 말하였다.


 일제 강점기에서 현실적 실리를 좇는 농촌 청년의 이중적 인간성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을 시작으로 박영준은 초기에 농촌에 사는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취재한 작품을 많이 발표했고, 이에 ‘농촌 작가’라는 지칭을 받았다. 그 때의 작품은 문장부터가 농촌 소설에 부합하는 소박하고 건실한 것이었다.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이 작품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해방 후에는 농촌 소설을 한 편도 쓰지 않고 주로 소시민 생활의 윤리적인 면을 취재했으며 문장도 도시풍으로 세련되어 갔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배신 행위가 기본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면장, 면서기 등은 모두가 일제의 하수인들로 총독부의 지시에 따라 마을 사람들을 순화시키고 수탈하는 일에 협력한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 학교를 졸업한 길서인지라 농민들은 그를 지주에게 보내어 감세 부탁을 하고자 하나 길서는 거절한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 감세를 요청하지만 역시 거절당한다. 이에 격분한 농민들은 '김길서'라는 팻말과 '모범 경작생'이라는 말뚝을 뽑아서 쪼개어 버린다. 도에서 세 사람 뽑는 일본 시찰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오는 길에 이러한 사실을 보고 길서는 간담이 서늘해진다. 밤이 이슥하여 길서는 일본에서 사 온 바나나를 가지고 연인인 의숙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얼굴을 돌리고 울기만 한다. 그러자 길서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지고 성두가 충혈된 얼굴로 아랫문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는 들고 왔던 바나나를 들고 뒷문으로 도망친다.


길서와 반대쪽에 있는 인물이 성두이다. 그는 길서처럼 자기 땅을 갖고 있지도 못하고, 오죽하면 장가 밑천으로 키우던 돼지를 팔고 북간도 이주를 고려해야 할 형편이다. 이때 그의 분노는 일제의 착취 제도와 수탈 계급을 향하지 못하고 길서를 향해 폭발한다. 이 소설에서 성두의 분노로 표상되는 농민들의 현실 인식 수준이 그렇게 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30년대 일제의 농업 진흥책이 갖는 허구적 성격과 농민들의 현실 자각 과정을 현실감 있게 포착해 내었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성취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모범경작생>은 일제의 농업 진흥 정책에 적극 동조함으로써 '모범 경작생'이 될 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수난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식민지 관료에 붙어 서울 강습회 참가와 일본 시찰 등으로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길서에 대한 분개심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온건한 리얼리즘 가운데 식민 통치의 전시적이고 허구적인 농업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박영준은 당시 피폐한 농촌현실이 부패한 관청과 과중한 세금 그리고 일제의 식민지 수탈정책에 기인한다고 보고 이를 신랄히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모범경작생>은 일제의 수탈정책에 대한 작가의 저항의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또한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이단자에 대한 배격을 통해서 식민 정책과 농민을 현실과의 단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감상2◈

모범 경작생」은 1934년 <조선일보> 신춘 문예에 당선한 작품으로 작가 박영준의 문단 데뷔작인 동시에 그의 초기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박영준의 초기 작품들은 주로 농촌을 소재로 한 까닭에 그를 흔히 농민 소설가 또는 농촌 소설 작가로 일컫는다. 그렇지만 어떤 이념이나 정치적 소신에서가 아닌, 숙명적으로 그 흙에 매달려 살아야 하는 농민들의 가난한 상황과 농촌의 궁핍한 현실을 작가 박영준은 파헤치려 하였다.


광복 후 박영준은 도시에 사는 지식인 또는 소시민의 생활 풍속에 촛점을 맞추지만, 문단의 시류에 편승하기를 거부하고 순수 문학을 추구한다. 매년 10편 이상의 작품을 거의 의무적으로 쓴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엄격한 문학 자세를 지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첨삭하되 근본 윤리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인간의 성실한 노력을 파악하려고 한다. 작가의 이러한 주제 의식은 「모범 경작생」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주인공 '길서'가 마을 사람들을 배반하고 자신의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해 도망가는 '길서'의 모습에서 작가는 윤리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일제의 농민 수탈 정책에 적극 동조하여 '모범 경작생'이 된 '길서', 농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몰염치한 '길서'라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일제 식민 통치(농업 정책)의 전시적이고 허구적인 면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길서의 개인 문제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일제 아래 우리 농민들의 현실, 농촌의 참상,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습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비인간적이고 부조리한 구조적 모순과 제도의 허구성을 파헤쳐 주고 있다.



관련작품

◈농민 소설의 여러 모습◈

① 농민 교화 소설(농촌 계몽 소설) : 이광수의 <흙>, 심훈의 , 이석훈의 <황혼의 노래>

② 토속적 농민 소설 : 김유정의 동백꽃, 봄봄 등

③ 목가적 농민 소설 : 이무영의 제1과 제1장, 흙의 노예 등

④ 사실적 농민 소설 : 박영준의 모범경작생, 김정한의 사하촌 등

⑤ 프로 문학적 농민 소설 : 이기영의 고향, 서화 등


알아 두기

▶제목의 의미 :  반어적 명명법(反語的 命名法)에 의함.

본래는 ‘훌륭한 농사꾼’의 뜻을 지니지만, 여기서는 지주와 친일 관료의 착취를 간접적으로 도와주면서 개인적 利를 추구하는 이기적 배신주의자 또는 속물적 이기주의자를 의미함.

(참고)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주요한 ‘화수분’, 채만식 ‘태평천하’.

        



1.  문학이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작품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논하시오.

박영준의 '모범경작생'의 경우 피폐한 농촌현실과 과중한 세금, 그리고 수탈정책에 대한 민중의 항거에서 보편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은 아주 많습니다.)

그럼으로써 일제의 수탈에 대한 작가의 저항의식이 군데군데 드러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이 문학작품이 가지는 특수성입니다.


◈ 다음은 박영준의 소설 '모범 경작생'의 일부이다. 잘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2-4]

(가) 길서는 그 마을에서 가장 칭찬을 받는 사람이다. 물론 사촌 형 뻘이 되면서도, 기억이 같은 몇 사람은 ㉠길서를 시기하고 속으로는 미워까지 했으나, 동네 전체로 보아 소학교 졸업을 혼자 했고, 군청과 면사무소에 혼자서 출입하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도 지지 않을 이만큼 동네 사람들을 가르치며 지도했다. 나이 젊은 사람으로 일을 부지런히 해서 돈도 해마다 벌며, 저축을 하여 마을의 진흥회니, 조기회니, 회마다 회장을 도맡고 있는 관계로 무식하고 착한 농부들은 길서를 잘난 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우기 서울서 모이는 농사 강습회에 군에서 보내는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한 주일 전에 그리고 떠난 뒤로 길서를 칭찬하는 소리는 더 커졌다.

평양 구경도 못한 마을 사람들이 서울까지 가사 별한 구경을 다 하고 돌아올 그에게서 서울 이야기를 들을 생각을 하니 그의 돌아옴이 기다려지는 것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 뚱뚱한 몸에 맵시 없는 의복을 입은 면장이 들어와서 길서 앞에 섰다. 길서는 인사를 하고 서울 갔던 이야기를 보고했다.

보고를 듣고 수고했다는 말을 한 뒤는 곧장,

『그런데 이번 호세는 자네 동네에서도 조금 많이 부담해야겠네---. 보통학교를 육 학급으로 증축해야겠으니까---.』

하고 길지도 않은 수염을 쓸며 호세 이야기를 했다.

『거야 제가 압니까?』

『아니야, 자네 동네서야 자네만 승낙하면 되는 게니까. 그렇다구 자네에게 해로운 것은 없을 게고.』

『글쎄요.』 

길서는 면장의 말에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에게 조금이라도 재미 없는 말을 해서 비위에 거슬리게 하면 자기도 끼니 때를 굶고 지나는 동네 소작인들이나 다름이 없는 생활을 해야 할 것을 잘 알고 있디 일본은 둘째로 하고라도 묘목도 못 팔아 먹을 것이며 그런 말이 보통학교 교장 귀에 들어가면 돈도 빌어다 쓸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묘목 심었던 밭에 조를 심게 되고, 면사무소 사무원과 학교 선생들에게 팔던 감자와 파도 썩어버리게 된다.

삼백 평밖에 안 되는 논에 비료를 많이 내지 않으면 미곡 품평회(米穀品評會)에 출품도 못해 볼 것이며, 그러면 상금을 못 탈 뿐 아니라 벼가 겨우 넉섬밖에 소출 못 날 것이다.

그러면 동네 사람들과 꼭 같이 일년 양식도 부족할 것이 아닌가.

『자네 동네 사람들은 얌전하게 근심 없이 사는 모양이던데---.』

면장이 다시 말을 꺼낼 때 길서는 곧대답했다.

『그러문요. 근심이 조금도 없다고야 할 수 없지마는 무던한 편은 됩니다.』


2.  길서라는 인물의 성격을 제시함에 있어서 (가)와 (나)는 방법상의 차이를 보인다. 그 다른 점을 대비적으로 설명하라.

⇒ (가)는 길서가 어떤 인물인지를 서술자가 소개하고 설명하는 직접적 제시의 방법을 쓰고 있으나, (나)는 면서기와의 대화를 통해서 드러내는 간접적 제시의 방법을 쓰고 있다.


3.  ㉠에서 '시기한' 점과 '미워한' 점은 각각 어떤 이유 때문인지 (가), (나)의 내용을 충분히 살려서 10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답하라.

⇒ 기억이는 길서와 거의 같은 또래이나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길서의 지도자적 위치에 대하여 시기한다. 그러나 지식층이 해야 할 농민의 권익 옹호에는 이랑곳하지 않고 이기적 처세를 함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4.  이 작품의 전체 내용으로 보아 작가가 '모범 경작생(模範耕作生)'이란 제목을 붙인 데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의도를 15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밝혀 쓰라. (다른 작품의 예를 보일 것.)

⇒ 본래의 말뜻은 훌륭한 농사꾼이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으로 보아 지주와 친일 관료의 착취를 간접적으로 도와주면서 뽐내고 살아가는 길서의 처세를 풍자하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수법을 반어적 명명법이라 하며,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전영택의 '화수분', 채만식의 '태평천하'도 그 한 예이다.



[4-6] 

(가) 그들은 할 수 없으므로 성두의 말대로 길서를 시켜 읍내 지주 서 재당에게 가서 금년만 도지(小作料)를 조금 감해 달래 보자고 했다. 그러나 길서는 자기와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정해 놓은 도지를 곡식이 안 되었다고 감해 달라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소작쟁의와 같은 당치 않은 짓이라고 해서 거절했다. 그리고는 며칠 있다가 일본 시찰단으로 뽑히어 떠나가 버렸다. 동네 사람들은 어찌 할 줄을 몰랐다. 더구나 금년 겨울에는 기어이 잔치를 하려고 하던 성두는 가끔 우는 얼굴을 하곤 했다.

 그들은 할 수 없이 큰마음을 먹고 떼를 지어 읍내로 들어가 서 재당에게 사정을 말해 보았으나 물론 들어 주질 않았다. 오히려 아들을 분가시킨 관계로 돈이 몰린다는 근심까지를 들었다.

『너희들 마음대로 그렇게 하려거든 명년부터는 논을 내놓아라.』

하는 말에는 더 할 말이 없이, 갈 때보다도 더 기운 없이 돌아왔다. 그들은 돌아가는 길에 ㉠길서의 논 앞에 서서「모범경작생」이라고 쓴 말뚝을 부럽게 내려다 보았다.

 볏대가 훨씬 큰데 이싹이 한 길만치 늘어선 것이 여간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말도 잘 하고 신망도 있다고 해서 대신 교섭을 해 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못 들은 척 들어 주지 않은 길서가 미웠다.

『나도 내 땅이 있어 비료만 많이 하면 이삼곱을 내겠다. 그까짓거---.』

기억이가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며칠 뒤 그들이 다시 놀란 것은 값도 모르는 뽕나무값이 엄청나게 비싸진 것과, 십삼 등 하던 호세가 십일 등으로 올라간 것이다.


(나) 마을 사람들은 길서의 장난으로 호세까지 올랐다는 것을 다음에야 알고 누구 하나 그를 곱게 이야기하는 이가 없게 되었다. 길서 때문에 동네를 떠나야겠다는 오빠의 말을 들은 의숙이도 눈물을 흘리며 길서가 그렇지 않기를 속으로 바랐다.

길서는 일본서 돌아올 때 우선 자기 논두렁에서 가슴이 서늘함을 느겼다. ㉡논에 박은,「김 길서」라고 쓴 말패는 간 곳도 없고,「모범경작생」이라고 쓴 말뚝은 쪼개져서 흐트러져 있었다.

심술궂은 애들이 장난을 했는가 하고 생각하려 했으나 그 한 짓으로 보아서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동네에 들어섰을 때 동네에는 어른이라고 한 사람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읍내 서 재당 집엘 가서 저녁 때가 되도록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자, 서울 갔다 돌아왔을 때보다도 더 의기 양양해 온 길서의 마음은 쪼박쪼박 깨어지고 말았다.

보지도 못했고,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하던 바나나를 가지고 밤이 이슥했을 무렵 의숙이를 찾아 갔건만 그를 본 의숙이도 얼굴을 돌리고 울기만 했다. 길서의 마음은 터지는 듯 했다.

뒤에서 몽둥이를 들고 따라오던 사람의 숨소리를 듣는 듯 가슴이 떨리었다. 불길한 징조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성두가 충혈된 얼굴로 아랫문으로 뛰어 들었을 때 길서는 들고왔던 바나나를 들고 뒷문으로 도망쳤다.


5.  ㉠의 상황이 ㉡처럼 급변한 핵심적 이유를 1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답하라.

⇒ 길서의 배신 행위.


6.  ㉢은 마을 주민들의 '어떤 행위'를 함축하고 있다. (가)를 바탕 삼아 2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답하라.

⇒  지주에게 가서 도지(소작료) 감면 등 소작 쟁의를 시도함.


7.  이 작품과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를 비교해 보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12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쓰라.

⇒ 농촌을 배경으로 한, 사실적인 농민 소설이라는 점이 공통된다. 그러나 '모범 경작생'은 인물의 이중적 성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 '모래톱 이야기'는 농민의 저항적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다르다.


 

확인 문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출처 : 문선생언어논술
글쓴이 : 문선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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