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나무와 아버지

이사임당 2009. 11. 3. 21:48

 

 

겨울나무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겨울나무에서 아버지의 냄새가 물씬 나기 때문입니다. 정성스레 가꿔온 잎들을 다 떨궈 버리고 주름지고 터진 몸을 오롯이 드러낸 채 세찬 바람과 추위를 묵묵히 견뎌내는 겨울나무는 분명 우리네 아버지였습니다. 문득 애처로운 회한에 젖어듭니다. 겨울나무는 으레 봄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는데 우리네 아버지는 봄이 되어도 숨결조차 느낄 수 없으니 마냥 허전해집니다. 허나 어린 시절 업혔던 따습고 편안한 아버지의 등이 그립고, 아빠라고 부를 수 있었던 시절만 떠올려도 눈물겹고 행복해지는 건 아버지의 사랑이 우리 가슴속에 늘 새순처럼 자라나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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