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

[스크랩] Re:김춘수 꽃

이사임당 2011. 3. 3. 14:36

 

 


 

 

[감상]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현대문학(1955)

 

[본문해석]

관념의 대상-구체적 사물이 아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나-인식의 주체, 그-인식의 객체, 이름-인식하는 행위,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의미없는 존재-명명 이전의 존재

▶명명 이전의 상태 - 무의미한 존재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의미 부여-가치 부여

그는 나에게로 와서

나오 그(너)는 서로 교섭이 가능한 관계 (상호주체적 관계)

이 되었다

의미 있는 존재

▶의미 부여의 순간 - 의미잇는 존재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진정한 가치(존재의 본질)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존재의 인식을 갈망함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구현된 의미 있는 존재   갈구적 어조

▶의미 부여의 소망 - 본질 부여에 대한 근원적 갈망


우리는 모두

나의 소망이 우리의 소망으로 확대

무엇이 되고 싶다

무엇 :상호 의미 있는 존재-의미있는 타자와의 관계 -존재의 본질, 정체성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상호 의미 있는 존재

◉몸짓(상호 의미 없는 존재) → 꽃(일방적 의미를 가지는 존재)

                           → 눈짓(상호 의미를 가지는 존재)    


[작품 개관]

▶갈래-자유시 ,서정시

▶제재-꽃

▶성격 : 관념적, 주지적, 상징적, 인식론,철학적

▶어조 : 갈망의 어조, 사물의 존재 의미를 파악하려는 관념적, 철학적 어조

▶심상 : 비유적 상징적 심상

▶주제-존재의 참된 관계 소망

   존재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탐구 

▶특징

  ①점층적 확대, 심화  

   의미의 점층적 확대 (단계적인 의미의 심화 과정)

        ꠆ꠏ나 →너 →우리

        ꠌꠏ몸짓→ 꽃 → 눈짓

  ②소망적 어조

  ③ 철학적인 인식 문제를 다룸.

▶출전-<현대문학>(1952)

 


[이해와 감상]

김춘수 초기시의 특징인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존재의 의미를 조명하고 그 정체를 밝히려는 의도를 가진 이 시는, 주체와 대상이 주종(主從)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 주체적인 만남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분히 철학적인 시여서 정서적 공감과 함께 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시사에서 꽃을 제재로 한 시는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기 위한 소재로 꽃을 파악한 것이거나, 심미적 대상으로서 꽃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존재론적 차원에서 ‘꽃’을 다루고 있어, 그만큼 심도가 깊다. 여기서 꽃은 하나의 구체적인 실재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시인의 관념을 대변하는 추상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존재 탐구의 시인 김춘수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 이 시는 서정성이 일체 배제된 관념적이고 주지적인 작품이다. 처음엔 무의미의 관계였던 ‘나’와 ‘그(너)’가 ‘이름을 불러 주는’ 상호 인식의 과정을 통해, 서로는 서로에게 ‘꽃’이라는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로 변모하게 되고, 마침내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 있는 존재인 ‘꽃’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명명(命名)’ 행위는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고, 그것을 실재적인 형상으로 표현해 내는 작업을 뜻하게 된다. 이것은 언어를 ‘존재의 집’으로 파악한 하이데거의 명제와 비슷한 시적 발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존재를 조명하고 그 정체를 밝히려는 이 시는 주체와 객체[대상]가 주종(主從) 관계가 아닌, 상호 주체적 ‘만남’의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모든 존재는 익명(匿名)의 상태에서는 고독하고 불안하다. 그러므로 이름이 불려지지 않은 상태[존재를 인식하기 전]에서는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에게서나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명명(命名)이라는 과정이 있기 전까지는 참다운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부재(不在)의 존재였던 ‘꽃’이 이름을 불러 주는 나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존재의 양태를 지니게 되며, 반대로 내 존재도 누가 나의 이름을 명명할 때야만, 부재와 허무에서 벗어나 그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관련작품

①이상의 거울 - 인간 존재의 내면의식 탐구

②이용악 오랑캐 꽃-사물의 본질 파악

③신경림 갈대, 오세영 그릇(34- 34쪽) 존재 의미의 형상화

④신동집 오렌지 - 손을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존재를 인식하고자 하면 오히려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


* 패러디 작품 : 장정일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알아 두기


①함축적 의미

이름, 꽃, 빛깔과 향기, 의미, 눈짓 - 의미있는 것

②서정적 화자의 언어적 관점

  언어를 통한 외부 세계의 인식과 해석을 통한 정신세계 인식

언어 - 존재 인식의 수단

③하이데거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④ 꽃의 기능 - 사물이 아닌 어떤 가치있는 존재의 표상


[생각 키우기]


1. 이 시와 ꡔ꽃을 위한 서시(序詩)ꡕ에서, ‘나’가 ‘너’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의 차이점을 140자 정도로 쓰라.

<모범답> ꡔ꽃ꡕ에서 인식의 주체인 ‘나’는 객체인 ‘너’를 인식함으로써 그것은 의미 있는 존재로 드러난다. 그러나 ꡔ꽃을 위한 서시ꡕ에서 ‘나’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해도 ‘너’는 본질적인 의미를 드러내지 않는다.


2. 이 시에서 의미가 확대되어 가는 과정을 말하라

'나'에서 '우리'로 확대

3. 시인의 의식 세계가 응결되어 나타난 연은 어디인가?

5연


4. 자아가 제재를 통하여 발견한 의미를 쓰라.

의미있는 존재




 

확인 문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기출문제]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砂)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유치환, ‘생명의 서(書)’

  *백일(白日) : 구름이 끼지 않아 밝게 빛나는 해

  *작열(灼熱) : 불 따위가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름

  *허적(虛寂) : 텅비어 적적함

  *열사(熱砂) : 햇볕 때문에 뜨거워진 모래

  *사구(砂丘) : 모래 언덕

  *회한(悔恨) : 뉘우치고 한탄함

(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1. (가)와 (나)의 공통된 주제 의식으로 알맞은 것은?

① 존재의 본질 추구

② 불의에 대항하는 의지

③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갈등

④ 자기 희생을 통한 허무 의식의 극복

⑤ 순수한 만남을 통한 인간 관계의 회복


2. (나)의 화자가 (가)의 화자에게 해 줄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참으로 공감합니다. 인류의 스승들이 그랬던 것처럼 극한 상황에서 기적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계속하여 정진하십시오.

② 허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눈물겹습니다. 그러나 삶의 본질적 가치는 다른 존재와의 진정한 만남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③ 삶의 허무를 극복하려고 몸부림치는 자세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이국의 종교에 귀의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④ 왜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주변의 극한 상황을 애써 외면하려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⑤ ‘죽으면 살리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죽음을 각오하면 무엇인들 얻지 못하겠습니까?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3. 다음은 (나)에 대한 학생들의 감상이다. 작품 자체의 내재적 의미만을 주목하여 바르게 감상한 것은?

① 이 시를 쓴 시인은 무척 소극적인 사람인가 봐.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기를 기다리다니!

② 이름을 부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별명이나 애칭을 부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지 않은가?

③ 시인이 살았던 1950년대의 사랑법을 잘 형상화하였어. 진정한 사랑은 인내하면서 서로를 깊이 알아 가는 가운데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④ 인스턴트식 사랑에 익숙한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이 시는 좋은 교훈이 될 거야. 참된 사랑은 서로를 꽃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가운데서 가능한 것이니까.

⑤ ‘몸짓’에 불과한 관계에서 ‘눈짓’으로 승화된 만남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름을 불러 주는’ 행위가 필요한데 이름을 불러 준다는 것은 그 본질을 깨달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거야.


4. ㉠과 그 함축적 의미가 상통하는 시어를 (나)에서 찾을 때,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5. ㉡에 드러난 화자의 태도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②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이육사, ‘교목’

③ 기침을 하자. /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 마음껏 뱉자.

- 김수영, ‘눈’

④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정답]
1. ①    2. ②    3. ⑤    4. ③    5. ②



[해설]

1. (가)는 허무를 극복하고 본질적 자아를 찾으려는 의지를 노래했고, (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고 의미 있는 삶을 살려는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③은 (가)와만 관련되고, 넓게 본다면 ④는 (가)와, ⑤는 (나)와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②는 두 시와는 상관 없다.


2. (가)와 (나)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희구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나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다. (가)의 화자는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본질적 자아를 대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에, (나)의 화자는 서로 ‘이름을 불러 주는’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3. ‘내적 의미’만을 주목한다는 것은, 작품 속의 언어 정보만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작품 외적 정보(작가, 시대 상황, 독자)를 활용하여 작품을 해석하는 것을 ‘외재적 접근’이라고 한다. ①은 ‘시인의 성격’에 주목하고 있고, ②는 내적 의미만을 주목했으나 제대로 된 감상이라 볼 수 없으며, ③은 시대 상황의 정보를 활용하고자 했고, ④는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의 측면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4. ‘원시의 본연한 자태’란 ‘본질적 자아’ 또는 ‘자아의 본질적 존재 가치’를 가리킨다. (나)의 ‘빛깔과 향기’는 ‘존재의 본질’을 함축한다. ‘몸짓’은 ‘무의미한 존재’를, ‘그’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존재물’을, ‘꽃’과 ‘눈짓’은 ‘의미 있는 존재’를 가리킨다.


5. ②는 ‘교목’(이육사)의 일부로 극한 상황에서 죽음으로써 맞서겠다는 화자의 강한 의지가 드러나 있다. 극한 상황에서도 자아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겠다는 (가)의 화자와 그 어조가 상통한다. ①은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의 일부로 슬픔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으려는 화자의 의지를 노래했다. ③은 ‘눈’(김수영)의 일부로서 소시민성, 속물성을 극복하자고 권유한다. ④는 ‘귀천’(천상병)의 일부로 죽음에 대한 화자의 달관이 드러나 있다. ⑤는 ‘쉽게 씌어진 시’(윤동주)의 일부로 자신의 무기력함을 자책하고 있다.



[2002년 7월 시도교육청 연합 고2 학력진단평가]

 


출처 : 문선생언어논술
글쓴이 : 문선생 원글보기
메모 :